시간과 세계

한남대 수학과 김상배교수

물리학자들은 시간은 빅뱅부터 만들어졌고, 빅뱅 이전에 시간은 없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빅크런치가 되면 시간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빅뱅 이전에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시간은 영원부터 영원까지 물질과 공간과 관계없이 흐른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시간 개념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그 이유가 뭘까?

시간이 흐르더라도 공간에서 입자의 변화가 순간 정지하고 있다면, 시간이 흘러 봐야 이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의 본질은 물질과 공간과 상관없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단지 공간에서 입자들의 변화의 궤적(정보)으로 볼 수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물질은 혼란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혼란도가 증가하는 이것이 곧 시간이고, 이것은 반대로 진행될 수가 없다. 시간이 거꾸로 가지 못한 이유이다.

그러므로 사실은 인생에서 과거가 있고 미래가 있는 것이 아니고, 통합적인 전체(?)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가 (사후 미래에 천국에 가는 것도 있지만 사실은) 지금 네 마음속에 있다"라는 말이 바로 이 통합적 전체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세상은 창조주가 써 놓은 소설인데, 소설 속에서는 시간이 흐르지만, 소설 밖에서 책 안의 세상을 보면 통합적 전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더불어, 소립자론에서 보면, 아무것도 없는 진공에 에너지가 들어가면 입자와 반입자가 쌍생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또한 입자의 질량도 힉스입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얻게 된다는 점을 보면, 물질이 하드웨어가 아니고 사실 정보로 이루어진 소프트웨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물질세계도 그렇게 단단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설계와 정보와 수학의 세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